픽사의 영화 엘리멘탈과 디즈니의 영화 주토피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차별’과 ‘공존’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이라는 네 가지 원소가 살아가는 도시에서 문화적 차이와 세대 간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반면, 주토피아는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편견과 선입견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두 작품은 모두 다문화 사회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갈등을 담아내지만, 이야기의 접근 방식과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큰 차이점을 보인다.
배경 설정과 차별의 형태 – 문화적 차이 vs 고정관념
두 영화 모두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차별과 갈등이 형성되는 방식에서 차이점이 나타난다.
엘리멘탈의 배경인 엘리멘트 시티는 불, 물, 공기, 흙 네 가지 원소로 구성된 주민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이 도시는 개방적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각 원소가 분리되어 살아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불 원소인 주인공 엠버의 가족은 엘리멘트 시티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며,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폐쇄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들의 삶은 마치 현실의 이민자 가정을 연상케 한다. 불 원소는 물과 접촉하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물 원소와의 교류는 위험한 일로 간주된다. 이러한 물리적 차이가 사회적 차별로 이어지고, 엠버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기대와 개인적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반면, 주토피아는 포식 동물과 초식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겉으로는 평등한 법과 질서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주인공 주디 홉스는 최초의 토끼 경찰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토끼는 경찰이 되기에는 작고 약하다’는 사회적 고정관념에 부딪힌다. 또한, 여우 닉 와일드는 초식 동물들에게 ‘여우는 교활하다’는 편견을 끊임없이 받으며 살아간다. 주토피아는 이러한 편견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방식을 보여주며, 사회적 구조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차별의 문제를 다룬다.
차별을 극복하는 방식 – 개인적 성장 vs 사회적 변화
두 영화 모두 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을 다루지만, 그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엘리멘탈에서 차별을 극복하는 방식은 개인적인 성장과 사랑을 통해 이루어진다. 엠버는 물 원소 웨이드와 가까워지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닫고, 가족과 사회가 부여한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선택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엠버 개인의 선택과 깨달음이다. 결국, 그녀는 가족의 기대를 따르는 대신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공존을 이루는 방식이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아니라, 개인의 이해와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반면, 주토피아는 개인의 성장이 아닌, 사회적 구조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주디와 닉은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 사이의 편견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다. 영화는 개인의 인식 변화뿐만 아니라,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공존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주디는 자신의 실수와 편견을 깨닫고 사과하며, 닉 역시 사회의 시선에 맞서 경찰이 되는 선택을 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차별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개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야기 전개와 감정적 접근 방식
엘리멘탈과 주토피아는 차별과 공존을 다루지만, 감정적 접근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엘리멘탈은 주로 ‘사랑’과 ‘가족’이라는 감성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엠버와 웨이드의 사랑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또한, 엠버와 그녀의 가족 간의 관계는 이민자 가정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의 갈등을 보여준다. 영화는 개인적인 감정에 집중하며, 차별과 공존의 문제를 보다 부드럽게 풀어낸다.
반면, 주토피아는 범죄 수사와 스릴러 요소를 가미하여 이야기를 진행한다. 주디와 닉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회의 이면을 발견하고, 차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나간다. 영화는 감성적인 접근보다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현실 세계의 다양한 이슈를 반영하려 한다.
총평 : 차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엘리멘탈과 주토피아는 모두 차별과 공존이라는 주제를 다루지만, 그 해석과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엘리멘탈은 문화적 차이와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사랑과 이해를 통해 공존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차별은 극복해야 할 사회적 문제라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그려진다.
반면, 주토피아는 차별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시스템적인 변화도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통해 차별이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제도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두 작품은 차별과 공존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면서도,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접근을 선택한 엘리멘탈과 사회적 구조적 문제를 강조한 주토피아의 차이를 통해, 우리가 차별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